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서로 ‘상생’하는 것이 중요해요"
장애인직원 60명과 함께하는 이오에스물류 서경진 이사
“저도 예비 장애인입니다. 누구나 갑작스런 사고나 발작으로 장애인이 될 수 있죠. 자신에게도 장애가 내재돼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장애인을 기피하지 않게 될 겁니다.”

전체 직원 65명. 이 중 5명을 제외한 60명이 장애인으로 구성된 회사가 있다. 도명식(57) 사장이 운영하는 이오에스물류의 서경진(48)씨 이사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오에스물류는 백화점 간 지하철택배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한 백화점 매장에 없는 물건을 다른 백화점 매장으로 운송해 주는 것이 주 업무. 원래 차량택배를 하던 회사가 서경진 이사의 장애인 택배 구상 이후 지금의 지하철택배회사로 재탄생했다.

서 이사는 대기업에 다니다 지난 1997년에 퇴사. 이후 1년 정도 다니던 중소기업에서도 나와 사업을 벌였지만 계속되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신문배달, 판매 영업, 인터넷 쇼핑몰 등 갖가지 일을 모두 접해봤다.

“잘나가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겁 없이 뛰어들었던 사업이 줄지어 망했습니다. 그러고선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했어요. 한 때 제 자신이 잘난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사람은 혼자서는 안 된다. ‘상생’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 생각이 지금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이유가 되었죠.”

2004년 11월에 이오에스물류에 입사. 2005년 12월에 장애인 지하철 택배를 구상하면서 서 이사는 8명의 장애인을 처음 채용했다. 그러나 지체장애인의 경우 짐이 많으면 힘들어했고 지적장애인의 경우 짐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서 이사는 서로가 도와주는 방법을 생각했다.

“많은 짐의 부담은 지적 장애인이 들어주고 일처리의 미흡함은 지체 장애인이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러면 일의 능률도 오르고 서로 신뢰도 생기죠. 어차피 사람은 다 부족하잖아요. 모두 부족함을 인정하며 신뢰를 가지고 함께해 나갈 때 서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들은 부족함을 인정하고 서로를 돕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현재 서 이사가 고용한 장애인 중에 16명은 지적장애인이다. 지적장애인은 보통 한 직장에 오래 있지를 못한다. 길어야 3개월 정도. 그리고 장애인 고용주들도 지적장애인의 경우 관리가 어려워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오에스물류의 지적장애인들은 몇 년씩 일을 하고 있다.

“지적장애인들은 순수하고 진솔합니다. 실수는 있지만 거짓은 없어요. 그리고 각자가 개성이 있죠. 꼼꼼해서 물건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사람, 기억력이 뛰어나서 물건이 한 달 동안 언제, 어디서 누락됐는지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백화점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호감을 받는 친구도 있어요. 그런 개성을 잘만 살려주면 뛰어난 직원이 됩니다.”

서 이사는 장애인들과 오랫동안 함께하는 직장을 만들고 싶어 한다. 현재 장애인고용장려금은 40만원에서 60만원 사이로 04년 1월 이 후 그대로인 반면 최저임금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또 불황까지 겹치면서 회사 매출은 줄어들고 있다. 사실 지금 인원의 ⅓을 줄여도 운영에는 이상이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그는 직원 수를 줄이기보다 2010년 까지 채용 목표를 늘려 총 직원 200명으로 계획하고 있다.

“현재 2~3 시간은 걸리는 지하철 택배뿐만 아니라 1시간 이내 배송을 보장하는 택배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장애인 각자의 특성을 살리고 서로 보완해 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믿어요. 어려울 때일수록 뭉쳐서 이겨내야죠. 잘나갈 때든 힘들 때든 함께하는 공동체와 같은 회사, 궁극적으로는 장애인 교육, 재활, 복지까지 모두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오에스물류에는 팀장만 열 명도 넘는다. 장애인들에게 단순히 일만하는 것이 아닌 목표 의식과 사회생활을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직원들은 팀 회의를 통해 회사의 목표를 공유하고 또 나중에 팀장의 역할을 맡고 싶어 한다.

서 이사와 3년 째 일하고 있는 지적장애인 김용진(31)씨는 “팀장은 매 번 아침 회의에도 들어가야 하고 팀원들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면서 “그래도 경력을 더 쌓아 팀장을 하고 싶다. 경험이 적은 친구들을 도울 수 있어 보람차기 때문이다”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서 이사는 장애인 고용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업주들의 관심과 더불어 장애인 본인과 가족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몇 달 넘게 일을 하는 장애인을 보면 오히려 회사가 이상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보호자도 있어요. 그만큼 사회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보호자 분들도 장애인에게 자립심을 길러주고 장애인 자신도 일에 대한 열정을 가져야죠.”

그래서 그는 처음 오는 장애인 직원과 보호자에겐 항상 이렇게 말한다.

“일은 힘들 수도 있어. 실수할 수도, 그만두고 싶을 수도 있지. 그래도 난 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깐 너도 그만큼의 각오로 일을 해야 해. 보호자분도 우리를 믿고 지켜봐주셔야 합니다.”


chosun.com / 2009.04.10